몇 분 간격으로 오는 자궁수축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하늘은 노랗고 다리는 벌벌 떨렸다. 내 주위를 둘러싼 간호사와 의사는 영어로 나에게 뭔가를 요구했고 나도 그들의 응원에 힘입어 튼튼이를 내어주고 싶었으나 우리 튼튼이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까부터 기분 나쁘게 낄낄거리면서 웃는 저놈의 만화영화를 끄고 싶었으나 말할 기력이 없다.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의사는 자기는 인턴이라며 자기 퇴근시간 전에는 튼튼이는 나오지 않으니 걱정 말라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로 나를 위로했다. 그래 퇴근할 때 저놈의 만화라도 끄고 가 주련. 캐나다는 자연주의 출산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제모나 관장을 아예 하지 않았다. 내가 출산할 때 실수로 응가를 하면 어떡하지 라고 묻자 너는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아름다운 푸시나 하라며...... 게다가 나는 지금 일하는 중간에 와서 유니폼을 입고 분만실에 누워있지 않은가. 이런저런 생각을 할 새도 없이 고통은 몇 분 간격으로 휘몰아치고 있었고 나는 아코디언 줄처럼 생긴 래핑 가스라고 불리는 뭔가를 입에 물고 있었다. 의식은 헤롱헤롱 거렸지만 고통은 가시지 않았다. 누워있는 것보다 서서 흔들거리며 분만실을 걷는 게 오히려 편했다. 그 와중에 의사와 간호사는 브레이크를 하러 간다며 떠났고 다른 간호사가 와서 자기소개를 했다. 나도 내 소개를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찰나 밑에서 뭔가가 강하게 빠질 것 같은 듯한 느낌이 왔다. 남편과 쉬는 시간 교대하러 온 간호사에게 내 몸을 의지한 채 하얀 유령 같은 침대에 누웠다. 여전히 망할 놈의 만화는 계속 방영되고 있었고 나의 통증도 현재 진행형이었다. 남편과 그 간호사는 나를 전지현 언니가 선전했던 애니콜 폴더폰처럼 90도로 접어 힘을 주라며 나를 응원했다. 아 이거 너무 아픈데 사람이 이렇게 아파도 되나 근데 나는 왜 진통제를 안 주지?라는 생각이 점점 커질 무렵 브레이크를 갔던 인도계의 간호사 언니가 입에 소스를 묻히고 들어왔다. 햄버거를 먹고 왔나 하는 생각도 잠시 밑을 보니 튼튼이 머리가 삐쭉하고 보이는 게 아닌가? 쉬는 시간을 교대해준 간호사도 나가고 분만실엔 나와 튼튼 아빠 인도 출신 간호사 그리고 뱃속에 있는 우리 튼튼이만 남았다. 힘을 주고 다시 힘을 모았다 힘을 주고 또다시 힘을 모으고 아 나 더 이상 못하겠어하는 순간 앵앵거리는 아기 소리가 들렸다. 아 네가 바로 튼튼이겠구나 손을 바둥바둥거리며 튼튼이가 나왔다. 어느샌가 나에게 만화를 틀어준 의사도 보였는데 그 의사는 내가 자기 퇴근시간 전에 출산을 한 것에 대해서 굉장히 놀라워했다. 진짜 내 앞에 이 의사가 진짜 의사면허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점점 커질 무렵 이 의사는 나의 회음부를 꿰맨다고 했고 말리고 싶었지만 병원 밖에서 10시간 대기후 출산한 나는 대꾸할 힘 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회음부에 주사를 놓고 꿰맨다고 했는데 꼬매는 족족 아픔이 느껴졌다. 실제로 이 의사는 내가 출산한 시간보다 회음부를 꼬매는 시간이 더 길었으며 그것도 모자라 나의 회음부에 꼬매는 연장을 까먹고 다 제거하지 않아서 또다시 꼬매야 했다. 연신 sorry sorry라고 읊조리는 그 의사의 입을 꼬매고 싶.... 었지만 괜찮아 괜찮아라며 나는 의사도 위로하고 나도 위로했다. 나는 근 두 시간에 걸쳐 튼튼이를 출산했다. 아무런 진통제도 맞지 않고 온전히 나와 튼튼 아빠와 간호사의 응원과 마사지로 튼튼이를 낳았다. 의사는 내가 이 병원에서 아기를 제일 빨리 낳은 기록을 갈아치웠다면서 기뻐했다. 간호사도 다음 둘째는 집에서 너 스스로 받아도 되겠다는 울화통 터지는 소리를 덧붙였다. 곧 간호사는 얼음이 둥둥 떠 있는 오렌지 주스와 피넛버터 샌드위치를 권했다. 뜨거운 물이나 미지근한 물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으므로 얼음 동동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 마시니 온몸에서 오한이 왔다. 아무래도 샌드위치는 못 먹을 것 같아 괜찮다고 했다. 또 물어본다. 죽일까?. 준비된 휠체어를 타고 튼튼이를 안고 병실로 향했다. 병실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 병원은 지루할 틈이 없는 흥미진진한 병원이었다.(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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