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튼튼이를 올해 3월 2일 날 낳았다. 원래 예정일은 3월 18이었는데 엄마 아빠 닮아서 호기심 많은 우리 튼튼이는 예정보다 이주 정도 일찍 나왔다.
원래 일은 3월4일까지 하고 출산휴가를 갈 예정이었지만 하하 역시 사람일은 한 치 앞을 모르는 법. 3월 1일 새벽 4시 오줌을 싸는 듯한 이상한 느낌에 잠에서 깼다. 옆에서 드르렁 코를 골며 자는 튼튼이 아빠를 깨웠다. 이게 뭐지? 둘 다 코를 킁킁거리고 냄새를 맡았다. 오줌 같기도 하고 양수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으니 인터넷을 검색해 봤지만 역시나 모르겠다. 출근 시간은 새벽 여섯 시. 나가지 말라는 튼튼이 아빠의 만류에도 아프지 않으니 괜찮다며 그냥 배가 너무 많이 나와 소변 실수를 한 것 같다며 출근 한 그날 아침.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나 아무래도 양수가 터진 것 같아 라고 말하니 너 빨리 병원 가야지 여기 왜 있어 라고 한다. 괜찮아 나 아직 안 아파. 일을 하고 두 시간이 흘렀다 화장실에 갔는데 휴지로 밑을 닦으니까 피가 묻어 나왔다. 쉬는 시간 15분 중 커피도 마시고 빵도 먹으면서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아무래도 양수가 터진 게 맞는 거 같다. Hey 누가 나를 불러서 돌아보니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 있는 튼튼이 아빠가 같이 일하는 동료가 데려왔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호텔에서 잡아준(아 내 일터는 호텔이다)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한다. 인도 택시운전사 아저씨는 내 배를 보더니 자꾸 달린다. 아저씨 천천히 가도 괜찮아요 라고 했더니 아니란다 ㅋㅋㅋ 아저씨 생각에는 아기가 곧 나올 것 같았나 보다 하하. 웬일로 짠돌이 튼튼이 아빠가 택시기사에게 팁을 주고 내린다 빨리 와 준 게 고마웠나 보다. 뒤뚱뒤뚱 병원으로 들어간다.
접수처에서 왜 왔냐고 물어본다.답답하다.배를 슬쩍 보여주고 아픈 척 얼굴을 찡그린다. 어 너 아기 낳으러 왔구나 저기 앉아있어. 오케이
간호사가 옷을 준다. 북유럽 쪽 간호사였는데 친절하진 않았다. 양수가 안 터졌으면 집으로 가야 돼 양수가 터져도 자궁이 열리지 않았으면 집에 가야돼 양수가 터지고 자궁이 많이 안 열려 있어도 우리는 너를 집으로 보낼 거야 라고 한다. 불친절한 간호사가 나가고 흑인 간호사가 들어와서 내 속옷에 있는 생리 패드를 달라고 하더니 리트머스 종이를 갖다 대 본다. 종이가 색깔이 변하자 간호사는 어 너 양수 터진 거 맞아 이리 와서 누워있어 아까 그 간호사보다는 친절하다 다행이다. 누워 있는데 또 불친절한 간호사가 들어오더니 내 배를 꾹꾹 눌러본다 튼튼이가 움직인다 튼튼이도 이 간호사가 싫은가 보다. 근데 이 놈의 간호사가 애기 머리가 위쪽으로 올라가 있는것 같다면서 의사를 불러오겠단다 같이 온 의사는 백발의 백인 할매였는대 몇번 내 배를 만져 보더니 아니야 애기 머리는 밑에 있는 거 맞아라고 한다 근데 이 놈의 간호사가 아닌 것 같더고 우기기 시작한다 이런 욕이 나온다. 결국 x ray를 찍었다 이런 백인 의사의 말이 맞았다. 저런 걸 간호사라고 흠 나도 간호사 한번 해 볼까 생각이 든다. 백인 의사는 나에게 자궁문이 3cm가량 열렸다고도 이야기도 해줬다. 아 진짜? 나에게 아프지 않았냐고 물어본다 음..... 안 아팠는데요 그 의사는 지금은 병실이 만석이라 나가서 병원 주위를 살살 걷고 있으라고 했다. 분만실이 준비되면 전화해 주겠다고 조금 있으면 튼튼이가 나올 것이라고도 해줬다 두근두근 이제 곧 튼튼이를 만난다니 그리고 무엇보다 그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밭을 갈다가 아기를 낳았다던 그 사람이 내가 될 것 같아 더 흥분된 건 사실. 나는 출산하는 날까지 일을 했어 이 매니저 놈아.
병원 근처를 걷다 보니 두시간이 지났다 튼튼이 아빠가 병원에 전화해볼까 하는데 괜히 재촉하는것 같아 아니 괜찮아 라고 하고 다시 걸었다.걷다가 지치면 팀홀튼에 가서 샌드위치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또 걸었다 걷다보니 5시간이 지나고 6시간이 지났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안 온다 머지 이 익숙한 불안함은.........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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