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도착했을 때가 오전 여덟 시 정도 이것저것 검사받고 나서 밖으로 나온 시간은 오후 열 시 정도였다. 곧 분만실을 준비해 준다는 백인 할머니 의사의 말을 너무 철석같이 믿은 걸까 시계를 보니 오후 네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튼튼이 아빠는 병원에 전화를 걸어 집에 가서 기다려야 하는지 아님 병원 근처에서 계속 기다려야 하는지 물었다. 병원에서는 우리 집까지의 거리가 꽤 멀기 때문에 병원 근처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양수는 터졌고 배까지 내려온 갈 곳이 없는 만삭의 임산부인 나는 근처 팀 홀튼만 왔다 갔다 커피도 마시고 사람들 구경도 했다. 하필 그때가 주말이라 근처에 있던 초밥집은 문을 모조리 닫았다. 근 일 년 동안 못 먹은 초밥을 꼭 먹고 싶었는데... 하는 수 없이 근처 세이프 웨이에 가서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을 다 담았다. 이때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이라 앉아서 먹는 것이 가능했다. 몸을 녹일 수프도 먹고 초밥도 먹고 귤이랑 딸기도 샀다. 초밥은 만들어 놓은걸 팔았기 때문에 엄청 차가웠고 맛도 그저 그랬지만 이따가 힘을 주려면 지금은 무엇이든 먹어야 했다. 시계를 보니 저녁 일곱 시 이런 밖에는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뭐지 병원에서 나를 잊었나? 나는 어디서 아기를 낳는 거지? 하도 돌아다녔더니 발에서 발꼬랑 내가 나는 것 같았다 앗! 이런 그러고 보니 유니폼도 갈아입지 않고 왔다. 출산 가방은커녕 내 손에 있는 건 핸드폰이 전부였다. 시계를 보니 여덟 시 집에 가기엔 너무 늦어버린 시간. 튼튼이 아빠는 다시 한번 병원에 전화를 했다. 병원에서는 거의 다 됐다고 금방 연락을 주기로 했다. 믿을 수 없었지만 어쩌겠어 기다리는 수밖에 설마 튼튼이가 나오지는 않겠지? 설마....
기다리던 병원에서 전화를 받았다. 방이 준비가 되었으니 들어오라고 했다. 병원에 들어가니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했다. 이젠 놀랍지도 않다 하하. 한 삼십 분 정도 기다렸을까? 방이 준비되었다고 전화가 왔다. 분만실에 들어가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저녁 10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거의 10시간을 밖에 있었네 하하하 역시 사랑스러운 우리 캐나다 이제는 우리 튼튼이가 태어난 고향. 욕하지 말아야지. 하하하
간호사는 나에게 환자복을 입혀주며 애피튜럴이나 모르핀을 맞을 의향이 있냐고 물었고 겁쟁이인 나는 뭐든지 다 괜찮다고 했다. 덜 아프게만 해달라고.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앳된 백인 의사가 들어오더니 자궁도 5cm나 열려있으니(내 머리 뚜껑도 열려있.....) 이제 튼튼이만 나오면 된다고 했다. 분만실 안에는 커다란 티브이가 있었는데 젊은 의사는 나에게 어떤 채널을 틀어줄까라고 물었다. 진통이 서서히 와 고통을 느끼는 내게 참으로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질문이었다. 나는 아무거나 다 괜찮다고 했고 그 의사는 심슨 비슷한 만화영화를 틀어줬다. 이때 나는 알아차렸어야 한다. 이 의사의 정체를.......(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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