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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짠내가족 ™

언제까지 열심히 살아야 해?

by 캐나다 엄마 2020.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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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캐나다에 왔다.

처음 왔을때는 이렇게 오래 있게 될줄은 몰랐었다.취업 사기를 당하고 뉴펀들랜드로 직업을 찾으러 떠나고 보니 통장에 남은 돈 이십불.(한국돈 만칠천원 정도)로 삼주를 버텼다.마트에 있는 전화번호부에 있는 유치원에 모두 전화를 걸어 안되는 영어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거절당하기를 수십번.시골 한 유치원에서 면접을 잡고 취직이 되었다는 그날 정말 먹고 싶던 고기 한팩을 취직 기념으로 사서 어두컴컴한 반지하 우리집에서 하루에 한조각씩 구워먹으면서 삼주를 버텼다.

왕복 사천원정도 되는 버스비가 아까워 걸어다녔다.유치원에서 먹고 버리는 우유팩을 모아다가 팔면 한달에 한번 먹을만한 쌀값이 나왔다.동네에서 가끔 동양에서 온 여자아이를 위한다며 사과나 안쓰는 물품을 문앞에 두곤 했는데 담배자국으로 얼룩져 있던 쓰레기 같던 이불을 안고 내가 왜 여기서 이런 대우를 받고 있나하고 펑펑 울었었다.어렵게 들어간 유치원에선 레벨이 높았던 나의 월급이 대학도 나오지 않은 동료교사보다도 적게 받던걸 알았던 그날.분하고 억울해서 퇴근길에 얼굴이 새빨개져서 울면서 가던 기억.울던 나를 뻐킹 차이니즈라며 따라오며 놀려대던 그 백인 무리들.

같이 일하던 동료교사에게 인종차별도 당해보고 부모들에게도 당해보고 길가다 던진 계란에도 맞아 보고 쓰레기에도 맞아보고 하다하다 백인 할배한테 성추행당해서 경찰서가서 조사받던날.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외상후 스트레스를 진단받고 집에서 지내던 날들.이사가기 일주일을 남겨두고 집주인이 한국인은 싫어한다며 거절당해 정신없이 살곳을 찾아 헤매이던 그날들.

튼튼이 아빠 머리가 찢어져서 얼굴이 새빨갛게 피로 물들던 그날.일주일동안 잠만자던 튼튼이 아빠가 잘못되면 나는 어떻게 하면 좋지 하고 발을 동동거리며 그래도 돈은 벌어야기에 출근했던 그 날들.여권 업무때문에 밴쿠버에 들리던날 꼭 열심히 살아서 여기에 집 하나 샀으면 하고 바랬던 날.오래된 폰 하나로 둘이서 사년 반을 살았다.튼튼이 아빠랑 나는 한식당에서 알바도 하고 남의집 잔디도 깍아주며 회사에 출근했다.전기세가 아까워서 촛불을 키고 인터넷은 친절한 앞집아저씨와 쉐어를 했다.튼튼이 아빠는 회사에서 나온 초콜렛을 종종 몰래 갔다주었는데 그 초콜렛들은 가끔 쓴맛들이 났었다.아마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틈만 나면 우리는 빈병을 팔아 저금을 했다.종종 길거리에 있는 빈병들도 주워다 팔았는데 그게 꽤나 많은 돈이여서 근처 슈퍼에서 전기구이 통닭을 사먹고 행복하던 기억이 난다.

만 칠천원만 남아있던 통장이 오백만원이 되던날 근처 스타벅스에 들려 핫초코 한잔을 시켜 둘이 마시며 자축하던 날들.(아직까지 그 영수증을 가지고 있다.)그런날들이 모이고 모여 이민 5년차에 드디어 벤쿠버 다운타운 중심가에 작지만 우리집을 우리힘으로 구매하던날.혹시 사기 당하는건 아니겠지 가슴졸이며 뜬눈으로 하얗게 밤을 새던 그날.그렇게 원하던 디자인 학교를 졸업하고 튼튼이 아빠가 좋은 직장에도 취업하던날에도 우리 참 열심히 살았다고 서로를 다독여주었다.

우리의 벤쿠버 첫 집을 계약하던 날


나쁘고 힘든 기억들은 때때로 수면위로 떠올라 우리를 괴롭히고 과연 아픈기억이 많은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숱한 밤들.최고의 복수는 행복하게 사는거라며 나를 위로하던 나의 튼튼이 아빠.

오늘밤 비가 많이 온다.곤히 자는 튼튼이 얼굴을 보니 또 생각이 많아진다.예전에는 몰라서 바보같이 몸쓰면서 투잡,쓰리잡 하면서 돈을 모았었다.이제는 조금 더 현명하게 똑똑하게 돈을 모으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처들은 옅어진다.괜찮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정말 괜찮아진다.

벤쿠버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게된 책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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