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우리 그냥 밴쿠버에 집 살까?

by 캐나다 엄마 2023. 6. 10.
반응형

우리 그냥 밴쿠버에 집 살까?

캐나다에 와서 취업 사기, 영주권 사기, 그리고 전세 사기로 한국에서 가져왔던 전재산을 잃고 발음하기도 어려운 캐나다 동쪽 뉴펀들랜드에서 남자친구와 반지하에서 동거를 하며 돈을 모았다.

물 곰팡이 낀 반지하에서 살면서 어떤 날은 길을 걷다가 계란도 맞아보고 또 어떤 날은 팀홀튼 아이스컵으로 맞던 그곳에서 2년반을 살다가 캘거리로 이사를 했다.

우리의 예상대로 캘거리 역시 우리가 살 곳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가까스로 들어갈 뻔했던 차이나 타운의 한 콘도에서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입주 2주를 남겨 놓고 계약해지 이메일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그곳에서도 2년하고도 반을 살다가 밴쿠버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밴쿠버를 택한 이유는 한국이랑 가깝고 너구리 라면이 싸다는 가벼운 생각이 내린 결정이였지만, 캘거리에 있으면서 밴쿠버에서 살곳을 마련하는 것은 그렇게 가볍지 않았다.

아니 불가능했다는게 맞는것 같다. 밴쿠버 집주인들은 아직 밴쿠버에서 살고 있지 않은 까만눈의 동양인들에게 집을 렌트를 해 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 보였다.

"오빠 그러지 말고 우리 그냥 집 살까"

반응형


뉴펀들랜드에서 그리고 캘거리에서 5년 동안 살면서 우리는 우리의 계획보다 많은 돈을 모았고 또 우리는 잘 될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집같은 집에서 살고 싶었던 마음도 더 컸었다.

캘거리에서 비행기로 또 버스로 밴쿠버에 와서 딱 한 곳만 보고 집을 샀다. 보고 싶었던 다른 집들은 이미 팔린 후였다.

2015년 10월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들었던 밴쿠버 다운타운에 부모님 우리는 부모님의 도움없이 우리가 5년 동안 캐나다에서 번 돈과 티디 뱅크의 힘을 빌려 첫 집을 마련했다. 기분이 정말 좋았던 걸로 기억이 난다.

서류에 사인을 하고 집키를 받던 날 남자 친구에서 남편으로 그리고 이제는 두나의 아빠가 된 나의 20년 지기 단짝이 찍어준 사진을 올려본다.

밴쿠버 첫 집을 계약하던 날


사진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나의 오래된 벗 첫지비에게 편지를 써야겠다.

고마운 나의 첫 집아
지금은 누구와 살고 있니?
화장실은 우리가 녹색으로 페인트 했던 그 색으로로 남아 있니? 페인트 질 하다 보니 색이 너무 옥색 같아서 후회했던 내 마음 너는 알고 있지?
너의 주변을 지날때마다 방에 불이 켜 있었는지 항상 확인하고는 했는데 언젠가부터는 너를 잊고 있었구나

캐나다 와서 보통에 속하지 못한 우리에게 너의 존재는 자랑 그 이상이었다. 그만큼 나는 너를 좋아했었다. 네가 팔리고 얼마 되지 않는 우리짐을 빼던날 마음이 편치않았다. 눈물도 조금 났었던 것도 같아. 오늘은 한인마트 가는길에 너를 한번 올려다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돌이켜보면 나의 이민생활은 하나도 쉽지 않아서 그래서 힘들었고 또 그래서 더 특별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 재산이였던 $20불이 하루가 지나고 $19불이 되지 않도록 버텨냈던 나도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집을 샀다. 어디선가 힘들어 하고 있을 보통에 속하지 못하는 그 무엇들에게 나의 이야기가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반응형